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테블릿으로 공부하는 아이

     

    요즘 아이들 가방이 가벼워졌다고들 하죠? 무거운 책 대신 태블릿 하나만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10kg짜리 책가방을 메고 다녔던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말이죠. 하지만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학부모들 마음은 복잡합니다. "디지털 교과서가 정말 우리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죠.

    최근 전자 교과서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학교 교육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디지털 교과서가 기존 종이 교과서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교과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디지털 교과서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살펴보고,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1. 손가락 하나로 열리는 세상,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 

    지난주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집에 놀러 왔을 때의 일입니다. 태블릿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자랑스레 꺼내더니, 화면을 터치하자마자 생생한 3D 영상과 함께 화산 폭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모, 우리는 이렇게 화산이 폭발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진짜 같지 않아요?" 아이의 눈은 반짝였습니다.

    종이 교과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죠.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생동감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명할 때도 단순히 글로 읽는 것보다 실제로 지구가 돌아가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니 이해가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정보 접근성도 탁월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검색이 가능하고, 관련 내용을 더 알고 싶다면 하이퍼링크를 통해 깊이 있는 학습도 가능합니다. 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30% 증가했다고 합니다.

    개인 맞춤형 학습도 큰 장점입니다. 민준이는 수학을 어려워하지만, 영어는 또래보다 뛰어납니다. 디지털 교과서는 민준이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수학은 더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제시하고, 영어는 더 도전적인 과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진도에 맞춰 무조건 따라가야 했던 기존 교육 방식과는 다르게, 아이의 속도와 수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죠.

    그리고 무게 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초등학생들이 망가진 자세로 묵직한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태블릿 하나로 모든 교과서를 담을 수 있으니 어깨와 허리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2. 스크린 뒤에 숨은 그림자, 디지털 교과서의 단점 

    얼마전 만난 중학교 교사 친구가 토로한 고민이 생각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로 수업을 하면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딴짓을 하기 시작해. 게임 앱을 몰래 켜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야."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단점은 아마도 이 '집중력 문제'일 것입니다. 종이책은 책 그 자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디지털 기기는 유혹이 너무 많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평균 8분마다 한 번씩 다른 앱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끊임없이 방해받는 학습은 깊이 있는 이해와 기억을 방해합니다.

    건강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매일 6-7시간씩 스크린을 바라보는 일이 아이들의 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근시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블루라이트 노출은 수면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어, 생체 리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필기'의 중요성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손으로 직접 필기하는 행위는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해 기억력과 이해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서울대 인지과학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서도 손 필기가 키보드 타이핑보다 장기 기억 형성에 25%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디지털 펜으로 태블릿에 필기하는 것이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격차 문제도 있습니다. 모든 가정이 최신 태블릿이나 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교과서가 필수가 되면, 이런 환경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학습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3.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 최선의 학습 전략은?

    요즘엔 '하이브리드 학습법'을 시범 운영하는 학교들도 많습니다. 기본 개념은 종이 교과서로 학습하고, 심화 학습이나 복습에는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방식이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마도 이런 '균형'에 있을 것입니다.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의 강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문학 작품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종이 교과서를, 과학 실험이나 역사적 사건을 배울 때는 생동감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는 식으로요.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학습 목적이라도 2시간 이상 연속해서 스크린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합니다. 45분 학습 후 10분 휴식을 취하며 먼 곳을 바라보는 등의 눈 건강 관리도 병행해야 합니다.

    학습 환경 설정도 중요합니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할 때는 '학습 모드'를 켜서 불필요한 알림이나 메시지가 뜨지 않도록 설정하고, 공부 시간에는 오직 학습 앱만 접근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의 자제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기술적 장치를 통해 집중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손 필기는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중요한 개념이나 핵심 내용은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하더라도, 노트에 직접 요약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필기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재구성하는 중요한 인지 과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입니다.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학습 전략을 수정해 나가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결론: 디지털 교과서, 도구일 뿐 해답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는 믿음은 20세기부터 반복되어 온 착각입니다. 라디오, TV, 컴퓨터, 그리고 지금의 태블릿까지. 기술은 계속 발전했지만, 학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교과서는 분명 혁신적인 도구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 적용된 교과서라도, 아이들의 학습 습관과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학기,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디지털 기기는 망치와 같아요. 망치로 집을 지을 수도 있고, 망치로 물건을 부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망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실제로 핀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보다, 특정 학습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학년 때는 주로 종이 교과서를 사용하다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디지털 교과서 비중을 늘리는 식이죠.

    디지털 교과서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단순히 기기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유용한 지식을 선별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결국 디지털 교과서는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마법의 도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응형